제8회 하계 다보스포럼이 천진시 메이쟝(梅江)컨벤션센터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다. “창의혁신”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행사장 1층 “새로운 리더그룹(新領軍者村)” 전시실에는 독특한 부스가 설치되어, 8절지 크기의 화보집 “차이나드림(中國夢)” 중문판과 영문판이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실에는 이밖에도 중국정부와 중국공산당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서적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주제는 마찬가지로 “중국의 길”과 “차이나드림”이다. 이러한 전시물들은 물론 홍보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들이고, 특히 하계 다보스포럼 같은 행사는 적절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천진시에 모인 세계 경제계 주요 리더들에게는 “차이나드림”이 우울한 명사가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 중국은 외국 기업이 투자하여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지역이었고, 외국 기업인들은 세계 인구의 1/6을 차지하는 이 대국에 진출하여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려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시진핑이 18기 중국공산당대회에서 “중국인의 차이나드림”을 제기한 이후 그들은 점차 쫓겨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외국 기업인들의 “차이나드림”과 행사장에 전시된 “차이나드림” 부스는 선명하게 대조되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1600여명의 세계 각국 정계, 재계, 학계 리더들, 특히 재계 인사들이 주목하는 문제는 이런 것들이다.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도대체 언제쯤 그들 정부가 선전하듯 개방될 것인가? 중국 발전개혁위원회가 반독점조사를 벌이면서 보여주었듯 더욱 엄격해지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외국 기업들은 도대체 중국시장에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을까?
다보스포럼이 정식으로 개막되기 하루 전, 기조연설을 앞둔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미리 응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9일 참석 기업인들과의 회견에서, 슈밥(Schwab)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리 총리에게 이에 관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리 총리의 답변에서 인용된 자료를 보면 리 총리가 이 문제에 대해 충분하게 대응준비를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반독점 조사에 해당되는 기업 중 외국기업은 겨우 10%에 불과하다”고 밝히면서, 중국이 향후에도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중국의 영도들은 이번 포럼을 국제사회의 중국 반독점조사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국기업들이 중국에서 예전에 받던 “超국민대우(내국인보다 더 우대)”에서 급전직하하여 “非국민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최근 1년여 기간 동안 발생한 사실이다. 작년 이 시기에 리 총리가 참가기업 대표들과의 회견에서 언급했던 주제는 “중국이 경제둔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개혁을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그런데 그 이후 수개월 동안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뇌물사건이 계속 집중 조명을 받고, 중국 발전개혁위원회가 외국 분유기업의 가격담합에 대해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였으며, 올해 들어 퀄컴(Qualcomm)과 마이크로스프트, 그리고 고급차 생산 자동차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발동하는 등 일련의 조치가 시행된 결과, 중국의 반독점조사는 이미 전세계 공급라인에 전면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태이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가 몽둥이를 휘두를 때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외국기업들에게 과거의 중국은 좋은 노동력과 거대한 소비시장을 가진 매력적인 투자지역이었고, 게다가 개혁개방 정책으로 각종 세수 우대와 투자 우대조치를 누리면서,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했던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환경은 이미 크게 변화했다. 중국의 자본이 충분해 지면서 외국 자본은 더 이상 “레드 카펫” 대우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자국 기업인들이 성장하면서 중국은 본토 산업이 더욱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외국기업들은 중국에서 당초 받았던 정책적 지원의 반대급부에 마주치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정책적 유치대상이 아니라 반독점 조사 대상이다.
이 시점에 와서는 반독점 조사가 외국기업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지 여부가 이미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슈밥 회장을 비롯해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리더들은 중국의 이번 반독점 조사에 대해 더 이상 주목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더욱 주목하는 것은 시진핑과 리커창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새로운 영도자들이 정책 레버리지를 어떻게 운용하여 시장에 공간을 창출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로이 윌리암스가 말했듯이 서방 기업들은 이미 “중국에서의 모든 상업기회는 부가조건과 시간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외국기업이 “차이나드림”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언제든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장기적인 선택은 무엇일까? 리커창 총리는 9일 오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반독점 조사를 포함하여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조치는 법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므로, 이러한 조치들은 중국의 개방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환경이 구축되면 더 많은 외국기업과 외국 제품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를 원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들은 중국의 개방에 대해 의심하지 않기 바라며, 또한 여러분이 어떤 문제점이나 건의사항이 있을 경우 중국정부에 진솔하게 제기해 주기 바란다.”
리커창 총리가 문제 제기와 건의를 환영한다고 밝힌 것과 중국의 반독점 집행기관의 무소불위의 강력함은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쉬쿤린(許昆林) 발전개혁위원회 반독점국 국장은 조사대상 기업에게 공식적으로 이렇게 경고한 바 있다. “회사가 조사 대상인지 관계없이 언제든 스스로 자수할 수 있으며, 조사과정에서 정부당국에 완전히 협조할 경우 처벌이 면제되거나 경감될 수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일제히 침묵하고 있는 것은 발전개혁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행정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음이 명백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리 총리는 다음 번 연설에서 중국의 시장화 개혁을 어떻게 설명하고, “중국이라는 통제된 시장”에서 점점 더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외국 기업들의 인식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하게 될까? 어쩌면 이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은 이미 산업환경 및 정책환경 측면에서 더욱 엄격한 통제를 견디지 못하고 외국자본이 철수하는 위험에 대해 이미 대비를 마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차이나 드림”을 실현하려는 것이 아닐까?
다보스 리더그룹 행사장에 전시된 “차이나드림” 홍보물은 참석한 재계 리더들에게 철학적인 답변을 전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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