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최대 자동차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를 앞세워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HMMA)은 12일(현지시간) 앨라배마 몽고메리공장의 전동화 생산라인 구축에 3억달러(약 3700억원)을 투자하고,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계획의 일환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기차 현지 생산 및 생산 설비 확충 등을 포함, 2025년까지 5년 간 미국에 74억 달러(약 8조1417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지에서 전용 전기차 생산을 위한 투자 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내연기관차만 생산 중이다. 또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전량 국내 울산공장에서 만들어 국내외에 판매해왔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지생산은 오는 10월부터로 예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12월부터는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도 생산할 예정이다.
김의성 앨라배마공장 법인장은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하기 위해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면서 "앨라배마에서 전기차 생산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분기(1~3월) 미국에서 전기차 1만5724대, 하이브리드차 2만8449대 등 모두 4만4339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3.6%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뿐만 아니라 북미와 함께 현대·기아차의 최대 전략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도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자본금을 9억4218만달러(약 1조2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베이징현대는 "증자의 주요 목적은 운영 안전성을 강화하고 중국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에 필요한 추가 투자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특히 중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지업체와 합작해 사업을 하는 중국 법인의 경우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시장 판매량은 2016년 114만대로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급속히 감소해 2021년에는 38만5000대까지 줄었다. 2021년 기준 연초 설정한 56만대와 비교하면 55.4% 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베이징현대의 전기차 판매 대수도 5000대로, 이는 연간 272만대 팔리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채 0.2%도 안되는 수치다.
베이징현대는 올해 제품 구조 개편, 중국 내 공장 수출기지화 등을 통해 생산능력 전반에서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신에너지차종을 확대하는 방안도 시장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조치에 포함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아직까지 내연기관차 위주인 것이 판매 저조의 원인"이라며 "하루 빨리 현지 전략형 모델을 비롯한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여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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