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양산에 돌입할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첫 고객이 중국 비트코인 채굴용 반도체(ASIC) 팹리스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ASIC가 공정 초기 시생산용으로 적절하다는 삼성전자의 판단과, 3나노 공정에서 생산된 첫 ASIC를 공급받는 상징성을 얻게 될 중국 업체 간 의중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빠르면 30일 중국 비트코인 채굴용 반도체 기업에 납품할 3나노 반도체 웨이퍼의 생산을 시작한다.
비트코인 채굴 작업은 연산 속도가 빠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업체들은 각자 채굴에 맞춤화 한 전용 ASIC 칩을 위탁생산해 채굴기에 탑재한다.
ASIC 시장 강자는 대부분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팬세미, 비트메인(Bitmain·比特大陸), 카나안(Canaan·嘉楠), 마이크로비티(MicroBT·比特微) 등이 메이저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ASIC 팹리스에 3나노 공정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ASIC 공정 양산 체제에 돌입해 각 팹리스에 ASIC을 공급하고 있다. 대만 TSMC도 비트메인에 ASIC을 주로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 3나노 공정 반도체의 첫 고객이 중국 비트코인 채굴용 반도체 기업인 이유로 양산 시점과 수율을 꼽는다. 삼성전자가 약속한 상반기 내 양산 계획을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시생산에 돌입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이 바로 ASIC이라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채굴용으로 쓰이는 ASIC은 단가가 높아 30%대 수율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라며 "이 때문에 테스트 로직을 생략하는 경우도 많고 공정 초기 시생산용으로 적절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1세대 3나노 공정인 3GAE 양산을 거쳐 2023년부터는 2세대 3나노 공정인 3GAP(3나노 Gate-All-Around Plus) 양산 돌입이 목표다. 2세대 3나노 공정에 진입하면서 수율을 예정대로 끌어올린다면 퀄컴,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이미 올해 하반기 3나노 양산 공정을 앞두고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TSMC가 모든 위탁 생산 요청을 들어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대형 고객사의 기본 스탠스는 공급선 다변화다"라며 "삼성전자가 수율 향상과 함께 각사의 요구사항을 최적화 할 수 있는 능력을 향후 보여준다면 퀄컴, 엔비디아 등을 3나노 고객으로 끌어올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GAA 기반 3나노 공정은 TSMC의 핀펫(FinFET) 방식 대비 칩 면적을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높인 것이 특징이다. GAA 기술을 적용한 1세대 3나노 공정인 3GAE의 경우 7나노 핀펫 대비 소비전력 50%, 칩 면적 45%의 감소 효과와 35%의 성능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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