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승인했다.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결정으로 한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의중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화타이-파인브리짓 펀드 매니지먼트는 10일(현지시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화타이-파인브리짓 펀드 매니지먼트는 지난 8월 9일 승인을 요청했는데, 이번 승인은 지난 7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면적 반도체 칩 수출 통제 계획을 발표한 직후 나왔다. 이 계획은 18나노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 14나노 이하 로직 반도체를 생산하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발효된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미국의 정책에 대한 자구책을 중국이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정책에 중국 반도체 기업 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한국기업도 영향을 받을까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는 중국 기업에게는 원천봉쇄고, 중국 내 한국 기업에게는 건별 심사라니 한국이나 외국의 기업과 연결지을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화타이-파인브릿지펀드 매니지먼트 역시 “중국과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긴밀하게 통합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한국은 반도체 도구를 포함한 장비에서 중국의 두번째로 큰 장비 수출국이며 중국의 한국 수출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과 SMIC, 몽타주테크놀로지 등 중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번 상품은 지난해 한국거래소(KRX)가 중국 상해 거래소(CSI)와 체결한 협약의 일환이다.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각자 지수를 산출 후 양 지수를 50대 50 동일한 비중으로 결합하는 인덱스 간 결합방식을 택해 ‘KRX CSI 한중 공동지수’를 발표했다.
김 소장은 “양국의 반도체 기업에 투자가 가능한 ETF를 중국 정부가 승인했다고 해도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로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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