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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파운드리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파트너 34% 中 기업
출처 Chosun Biz
등록일 2023.01.06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협업업체 3곳 중 1곳은 중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EDA는 최첨단 반도체 공정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이고 난도가 높은 분야로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 EDA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EDA 파트너 23개 회사 중 중국계 회사는 8개로, 미국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1~2년간 중국 EDA 회사가 적극적인 ‘염가 마케팅’을 벌이면서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EDA는 반도체 집적회로(IC)나 인쇄회로기판(PCB) 디자인을 설계·검증할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칩을 만들기 전에 다양한 회로 설계를 시뮬레이션해 보고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로, 미세공정 기술이 한계에 치닫고 있는 최근에는 반도체 기업이 칩 개발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기술이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공정 최적화를 위해 EDA가 다양하게 활용된다.

전통적으로 EDA 분야는 미국 기업들의 텃밭이나 다름없었다. 업계 최강자로 꼽히는 시높시스를 비롯해 KLA, 케이던스 등 미국 기업이 시장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 지멘스, 네덜란드의 ASML 등 유럽 기업도 일부를 담당해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회사의 경우 시높시스, 케이던스, 지멘스의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해왔다.

중국의 EDA 기업은 특히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수출길이 막히자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미국계 EDA 기업의 라이선스 비용에 반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기술력 측면에선 미국 기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성비가 고려되는 영역에 사용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새롭게 삼성 파운드리의 협력사가 된 엠피레안(Empyrean), 프리마리우스(primarius), 엔타시스(Entasys) 등의 중국 기업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이 기업들은 한 개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면 다수의 라이선스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초기에는 아예 라이선스 비용을 면제하는 방식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또 다수의 중국 팹리스(Fabless·반도체설계전문기업)를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로 더이상 미국산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자 자연스럽게 중국 EDA 툴을 써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이 EDA 시장에 진출하면서 미국계 기업의 독점 구조에 금이 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우 EDA를 자체 개발하거나 국내 협력사를 통해 조달하기 힘든 만큼 시높시스, 케이던스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기업들을 ‘슈퍼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동안 소수의 EDA 기업이 시장을 장악해왔고 지금도 최선단 공정에서는 이 기업들의 기술 없이는 전공정 진행이 안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며 “독점 시장에 가까웠기 때문에 사실상 부르는 게 가격일 정도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의 침투가 오히려 시장 경쟁을 부추겨 라이선스 비용을 줄이고 소수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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