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부진으로 철수까지 언급됐던 중국 시장에 현대차와 기아가 다시 구애를 보내고 있다.
세계 1위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는 데다 전기차 시장 성장도 두드러져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당분간 시장 확대가 어려운 현대차・기아는 이를 대체할 시장으로 중국을 다시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은 아픈 손가락이다. 2016년 현대차 단일 브랜드로 연간 114만대 이상 판매하며 승승장구 했지만, 정부 지원을 업은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탓이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 등에 따르면 현대차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약 27만3000대로, 2309만에 달하는 전체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1%대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13만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급락했다. 적자가 불어나 지난해 3분기(7~9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도 빠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합산 판매량은 간신히 40만대를 넘겼고, 점유율은 약 1.7%에 불과하다. 독일 폭스바겐(점유율 10.2%), 일본 도요타(8.1%), 중국 비야디(8%)와는 격차가 큰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중국 사업을 다시 일으키려고 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올초 신년회에서 “올해는 중국 사업을 정상화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밝혔다. 부진이 고착되기 전에 다시 한 번 시장을 띄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재공략을 위해 상무급 임원을 대거 교체하기도 했다.
관건은 신형 전기차다. 동시에 내연기관차도 전략형 차종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그간 내세웠던 ‘가격 대비 성능’ 전략이 아닌 품질과 성능, 브랜드를 앞세운다는 계획이다. 진출 20년 만에 전동화 패러다임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개막한 2023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고성능 모델 아반떼 N(현지명: 엘란트라 N)을 공개, 중국 고성능 시장에 본격 침투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의 고성능 모델인 아이오닉 5 N도 내년 중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올해 EV6를 시작으로 매년 1종의 전기차를 중국 시장에 선보인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6종의 전동화 라인업을 꾸린다. 상하이 모터쇼에서는 EV6 GT, EV9, EV5 등을 공개했다. 김경현 기아 중국법인 총경리(사장)은 “2030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45만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고, 이 가운데 40%를 전기차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자국 브랜드 강세가 두드러지지만,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인도에 밀려 인구 숫자가 세계 2위로 떨어졌음에도 소비력 만큼은 인도를 앞서는 것으로 여겨진다. 거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의 경우 작년 신차 판매가 전년대비 8.1% 감소한 1373만대에 그쳤으나, 중국은 9.7% 늘어난 2356만대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가장 빠른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해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이 속한 신에너지차의 중국 판매량은 688만대로, 전년대비 95.6% 성장했다. 올해는 1000만대 판매가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사업을 쉽게 철수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IRA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탈락, 시장 확대가 당분간 쉽지 않다는 점도 대체 시장으로서 중국의 가치를 높이는 부분이다. 까다로운 조건을 들어 약 100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이미 전기차 관련 보조금을 폐지해 모든 회사의 경쟁 여건이 비슷한 상황이다. 상품성만 갖추면 얼마든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도 중국 공략에 대한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초 쩡위친 CTAL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는데, 배터리 물량 확대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결코 포기 할 수 없는 시장이다”라며 “지난 몇 년간의 부진으로 중국 시장 대응 방안을 찾아온 현대차・기아가 최근 중국 시장 전략을 다시 짜고 본격적인 공략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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