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험시장 규제 완화에 힘입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중국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보험시장은 잠재적인 수입보험료 규모만 652조원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다. 중국의 인구는 약 14억 명 정도지만 ‘보험 침투율’(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입보험료 규모)이 높지 않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지난 2018년 이후 중국 정부가 보험시장을 외국 회사에 완전히 개방한 이후, 현지 영업을 강화하려는 글로벌 보험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6일 보험업계와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6개사가 현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보험사는 중국 현지 보험회사와 합작법인을 세우거나, 독자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출해 있다. DB손보의 경우 중국 보험회사인 ‘안성손해보험회사’ 지분(15.1%)을 취득해 간접적으로 진출해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 미국과 무역분쟁을 겪으면서 보험시장을 전면 개방한 바 있다. 이후 외국인의 보험회사 소유(투자 포함) 요구조건 완화, 외국 보험회사의 영업지역 제한 조치, 외국인의 생명보험회사 지분 소유 상한 폐지, 외국인의 보험지주회사 설립 허용 등 외국인의 보험산업 진입 규제를 잇달아 완화했다.
외국 보험사들의 중국 진출은 이전에도 가능했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장 개방 이후 진입 규제가 완화되면서 외국 보험회사들이 중국에서 독자법인을 취득·설립하거나 중국 보험회사 지분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에서 생보사 합작법인을 보유한 독일 ‘알리안츠’와 영국 ‘HSBC’가 각각 중국 주주 지분을 전량 인수한 데 이어, ERGO는 합작법인 지분의 65%를 인수해 지배권을 취득했다. 아울러 미국의 CHUBB도 중국화태보험지주회사 지분의 83%를 인수해 지배권을 공고히 했다.
우리나라도 규제 완화와 동시에 현지 영업력을 강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각각 신규 투자자를 유치해 기존의 독자법인을 합작법인으로 전환했고, 한화생명은 기존의 합작사를 현지 생보사로 변경했다. 다만 삼성화재, 현대해상은 각각 합작법인 지분의 37%, 33%를 보유해 단독 1위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화생명은 보유 지분이 기존의 50%에서 24.99%로 낮아져 2대 주주로 내려왔다.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로 인해 외국 보험사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는 회사가 많지만,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외국 보험회사의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2021년 한 해를 제외하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외국 생명・손해보험사의 수입보험료는 2018년 당시 각각 2127억 위안(약 38조1519억원), 228억 위안(약 4조894억원)에서 3275억 위안(약 58조7469억원), 833억 위안(약 14조9423억원)으로 급증했다.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8.1%, 1.9%에서 각각 13.4%와 5.6%로 늘어났다.
실적만 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진출은 쉬워졌지만,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 파워는 토종 기업만 못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여전히 많은 외국 보험사가 중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작년 기준 74개 생명보험사 중 상위 9개사와 88개 손해보험회사 중 상위 10개사는 모두 중국 보험사다. 이들의 시장점유율만 각각 62.9%, 85.2%에 달한다. 적자를 보고 있는 외국계 보험사는 생명보험 28개사 중 13개사, 손해보험 22개 회사 중 6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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