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이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이번 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개최지 파리의 풍경에 녹아든 경기장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파리 올림픽 도처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를 찾아볼 수 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올림픽 마스코트의 80%가 중국산”이고, “경기장 곳곳에 중국 제품이 사용됐다"라며 ‘메이드 인 차이나’의 달라진 위상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존재감은 올림픽 개막 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국 펑파이신원(澎湃新聞)의 보도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 성화가 파리에 도착한 지난 14일 밤 에펠탑 상공을 화려하게 장식한 드론은 중국 선전(深圳) 소재 가오쥐촹신(高巨創新, HIGH GREAT)이 만들었다. 이날 약 1100대의 드론은 올림픽 오륜기, 파리 올림픽 앰블럼, 성화를 든 사람 등 문양을 파리 하늘에 수놓았다.
중국 LED 업체 아이비썬(艾比森)은 개막식 현장과 올림픽 경기장, 파리 시청 광장 등 주요 장소에 설치된 스크린에 50개 이상의 대형 LED 패널을 제공했다. 역시 LED 패널 및 솔루션 업체인 저우밍커지(洲明科技, Unilumin)도 파리 시내 곳곳에 2500㎡ 크기의 LED 패널과 관련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 업체는 앞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2022 카타르 월드컵, 2023 항저우 아시안 게임 등 주요 국제 스포츠 대회도 지원한 전력이 있다.
전 세계 선수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경기장 안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파리 올림픽 경기에 사용되는 탁구대와 탁구공이 중국산이다. 역도 경기의 바벨은 중국 허베이(河北) 성 장쿵바벨(張孔槓鈴, ZKC)이 독점 공급한다. 40년 역사의 이 업체는 136개국 및 지역에 진출해 있으며, 30여 개 세계급 역도대회에 바벨을 공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업체인, 타이산스포츠(泰山體育, TaiShan)는 레슬링, 유도, 사이클, 철인 3종, 태권도, 체조, 권투 등 다수 종목에 운동기구를 납품한다. 허베이 성 소재 잉리아오(英利奥, ENLIO)는 이번 올림픽에 자사의 경기 매트를 제공한다. 잉리아오 역시 주요 스포츠 대회의 독점 공급업체로 알려져 있다.
올림픽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를 말하려면 단연 기념품을 빼놓을 수 없다. 기념품 매장에 있는 옷, 앰블럼, 모자, 컵, 가방, 팔찌 등 굿즈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중국 국영방송 CCTV 보도에 따르면, 올림픽 기념품 매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마스코트 제품 중 단 20%만 프랑스 현지에서 만들고, 나머지 80%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2년 업체 선정 당시 프랑스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비용 절감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반응도 있었던 반면, 프랑스 원산지 보장 제도를 만든 이브 제고(Yves Jégo) 전 하원의원은 “파리올림픽이 ‘메이드 인 프랑스’이기를 기다린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긴 셈”이라고 프랑스 방송사 RMC와의 인터뷰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사실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중국 제품과 브랜드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기점으로, 국제 스포츠 대회를 통해 자국의 제조능력과 기술력을 알리는 데 공을 들여왔다. 일례로,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경우 축구장 광고판 다수가 중국 브랜드로 도배되며 눈길을 끌었다. 당시, 중국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던 터라, “중국은 대표님을 제외하고 전부 보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이후, 각종 기념품이 중국 저장(浙江) 성이우(義烏)에서 생산된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단순 제조에서 첨단 기술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
앞서 2023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개최국 중국은 환경친화적 ‘디지털 불꽃놀이’를 선보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한편, 개막식에 사용된 인공지능, 가상현실, 3D 애니메이션 등 기술력으로도 화제를 모았었다. 오는 2025년 중국 하얼빈에서 개최되는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는 또 어떤 기술의 향연을 선보일지 모를 일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나아가 중국 기술과 중국 브랜드의 확산을 별일 아닌 듯 넘기지 말고 미묘한 변화와 파급력을 예민하게 주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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